- 장원규 기자
- 2026-08-19
팔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시력이 떨어지면 뇌졸중을 의심하기 쉽다. 젊은 나이에도 뇌졸중이 생길 수 있지만, 20~40대에서 발생한 시력 저하와 마비는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등 중추신경계 염증성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수 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한쪽 눈이 뿌옇게 보이거나 시력이 떨어지고, 팔다리 근력과 감각 저하가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보행‧배뇨가 어려워졌다면 ‘다발성경화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다발성경화증은 세계적으로 약 29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북미와 유럽, 특히 백인 인구에서 비교적 흔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국내 환자는 약 1,600~1,800명으로 추산된다. 젊은 나이에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노인 또는 소아에서도 발생하므로 안심할 수 없다.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뇌, 척수, 시신경을 외부의 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이상 면역반응으로 신경섬유를 둘러싼 수초가 손상되고, 뇌‧척수‧시신경의 여러 부위에 반복적으로 염증과 흉터가 발생해 ‘다발성경화증’이라고 불린다. 병변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 사지‧몸통의 감각 이상, 팔다리 근력 약화, 보행장애, 어지럼증, 복시, 배뇨장애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외 심한 피로감, 집중력 저하, 우울감, 통증, 성기능 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발성경화증은 증상과 신경학적 진찰, 뇌 및 척수 MRI, 혈액 및 뇌척수액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진단의 핵심은 중추신경계 염증이 서로 다른 시기에 여러 부위에서 생겼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환자가 실제로 경험한 마비나 시력 저하 등의 재발뿐 아니라, 증상 없이 MRI에서 발견되는 병변도 질병 진행의 증거가 된다. 뇌척수액에서는 중추신경계 안에서 면역반응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올리고클론띠’와 같은 바이오마커를 확인한다. 현재는 이러한 임상·영상·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2024년 개정 맥도널드 진단 기준을 적용해 진단한다. 환자의 첫 증상이 발생한 시점에는 서로 다른 시기와 부위에 병변이 생겼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경과를 추적하며 재발이 되었거나 매년 MRI를 찍어 확인한 이후 다발성경화증으로 확진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다발성경화증과 비슷한 질환으로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 수초희소돌기아교세포당단백질항체관련질환(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 Antibody-Associated Disease, MOGAD)이 있다. 세 질환 모두 뇌, 척수, 시신경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발병 기전과 치료법이 다르므로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다발성경화증의 시신경염은 대개 한쪽 눈에 발생하고 회복이 비교적 양호하나, NMOSD는 양쪽 눈 침범이나 심한 시력 저하, 척추뼈 세 마디 이상 이어지는 척수병변, 수일 이상 지속되는 심한 딸꾹질‧구역‧구토가 나타날 수 있다. MOGAD는 양측 시신경염과 시신경 앞부분 부종이 흔하며, 소아에서는 의식 변화를 뇌 및 척수염(급성파종성뇌척수염)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세 질환을 감별하려면 뇌‧척수‧시신경 MRI와 함께 혈액의 ‘아쿠아포린-4 항체’ 및 ‘MOG 면역글로불린 G 항체’ 검사가 중요하다. 시신경척수염 환자 상당수는 ‘아쿠아포린-4 항체’가 양성으로 확인되며, 수초희소돌기아교세포당단백질항체관련질환은 ‘MOG 면역글로불린 G 항체’ 양성이 진단의 핵심이다. 다발성경화증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항체가 검출되지 않는다.
다발성경화증의 85%는 ‘재발-완화형’으로 나타난다. 즉 증상이 좋아졌다고 완치가 된 것은 아니다. 마비 등 증상이 생겼다가 수 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부분적 또는 완전하게 호전되었다가 이후에 새로운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하는 재발 과정이 반복된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없더라도 새로운 병변이 생길 수 있으며, 반복 염증은 장기적으로 신경 손상과 장애를 축적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적인 진료와 MRI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다발성경화증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이 특정 환경 요인에 노출되었을 때 발병한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감염과 흡연 등이 알려졌다. 다만, EBV에 감염된 사람 대부분은 다발성경화증에 걸리지 않으므로, 바이러스 감염만으로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기 비만, 낮은 비타민D 농도도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다발적 경화증의 치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급성기 치료다. 시력 저하‧마비‧감각장애 등 기능을 떨어트리는 재발이 발생했다면, 염증을 빠르게 억제해 증상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용량 정맥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한다. 반응이 불충분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혈장교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재발을 줄여 장애 진행을 예방하는 질병 조절 치료다. 현재 국내에서도 주사제, 경구약,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정맥주사 단클론항체 등 다양한 질병 조절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기부터 재발이 안 되도록 효과가 높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전략도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셋째로는 피로, 통증, 근육 경직, 배뇨장애, 우울증, 보행장애 증상과 기능 개선을 위한 보존적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시행한다.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발을 줄이기 위한 질병 조절 치료 약물을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진료받는 것이다. 임의로 약제를 조절했을 때 재발률이 높아지고 장애가 증가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흡연은 다발성경화증 발병 위험뿐 아니라 질환 경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금연하는 것이 좋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지은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대중에게는 생소하나, 젊은 연령에서 시력 저하나 마비, 이에 의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질환”이라며 “아직 다발성경화증 완치는 어렵지만, 약제로 충분히 재발을 막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마다 경과와 적절한 치료법이 다르므로 전문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며 꾸준히 치료해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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