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단순 체중 문제 아닌 관리 필요한 만성질환
- 비만 치료, 빠른 감량보다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 관리’가 핵심
대한비만학회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성인 비만 유병률은 약 38.4%로 나타났다. 과거 비만과 대사질환은 주로 중장년층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 젊은 성인에서 비만‧복부비만 및 고도비만의 증가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 비만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활동량 감소, 가공식품 섭취 증가,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이 맞물리며 비만은 전 세대가 주의해야 할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정성민 교수는 “국내 비만의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25kg/㎡ 이상으로 정의되지만, 같은 BMI라도 근육량과 체지방량, 복부지방과 내장지방 정도에 따라 건강 위험이 크게 달라진다. 이에 최근 비만 진료는 체중뿐 아니라 과도한 체지방이 신체 기능과 대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질량지수 외 비만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경고 신호는 허리둘레 증가, 즉 복부 비만이다. 지방세포는 단순히 에너지 저장 조직이 아닌, 다양한 염증 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처럼 작용한다. 특히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몸은 만성 염증 상태에 놓이기 쉽고, 이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심혈관질환, 수면무호흡증 등의 위험을 높인다.
또 다른 주의 신호는 충분히 자도 계속 피곤한 경우다. 충분히 잠을 잔 것 같은데도 아침에 개운하지 않고 낮 동안 피로가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가 아닌 비만으로 인한 수면 무호흡에서 야기된 수면의 질 문제일 수 있다. 그 외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발견된 경우, 몸의 대사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비만의 원인은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 유전적 요인, 호르몬 변화, 수면, 스트레스, 식습관, 생활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이다. 특히 고당분·고지방 음식이나 초가공식품은 뇌의 보상 체계에 영향을 미쳐 반복적인 섭취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스트레스나 감정 상태도 식습관에 큰 영향을 준다.
비만 의심 환자는 체중, 체질량지수 확인뿐 아니라 건강 상태의 정확한 확인과 체중 증가 및 대사 이상 유발 원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검사를 시행한다. 먼저 생활 습관, 수면, 식습관, 운동량, 과거 병력, 복용 약물 등 문진을 시행하고, 체성분검사, 허리둘레와 혈압 측정, 혈액검사를 통해 혈당, 당화혈색소, 간 기능, 지질 수치, 갑상선 기능 등을 확인한다. 필요시 스트레스, 우울감 등 정신건강 요인도 함께 평가한다. 같은 BMI를 가진 환자라도 체성분, 생활 습관, 수면 상태, 대사 위험도가 모두 다르므로 개인별 맞춤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비만 치료의 기본은 생활 습관 교정이다. 다만 이는 단순히 식단 조절과 운동량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야식, 폭식, 불규칙한 식사, 수면 부족, 스트레스, 활동량 감소가 반복되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바꿀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야식을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야식을 끊어야 한다’는 조언을 넘어,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이유, 수면 부족 여부, 스트레스 해소 방식, 직장과 집의 식환경 등을 함께 살펴야 지속적 변화가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약물치료나 비만대사수술 등 치료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 약물은 식욕을 낮추고 포만감을 높여 식사량 조절을 돕는 치료법이다. 다만 비만 주사제가 생활 습관 교정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약물 사용 중 식사량만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운동 없이 체중 감량만 추구하면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량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메스꺼움, 구토, 변비 등 위장관 증상이나 탈수, 담석증 위험도 고려해야 하므로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적절한 적응증과 관리 계획을 확인해야 한다.
건강한 비만 치료의 핵심은 빠른 감량이 아닌 ‘지속 가능한 감량’이다. 극단적인 절식으로 단기간에 체중을 급격히 줄이는 방식은 근육 손실과 요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치료의 목적은 추후 약 중단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것이므로,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도록 권장하며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 역시 비만 관리의 중요한 요소다. 수면 부족은 식욕 조절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폭식과 야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일 최소 6시간 30분 이상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권장된다.
정성민 교수는 “비만은 방치하면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심혈관질환, 수면무호흡증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체중계 숫자보다 내 몸의 변화를 이해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이 비만 치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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