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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면연구학회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 급여기준, 최신 국제 진료지침에 맞춰 개선해야”


- 미국수면의학회(AASM) 진료지침, 프레가발린·가바펜틴을 성인 하지불안증후군 ‘강한 권고’ 치료로 제시
- 국내에서는 적응증·급여기준 부재로 사실상 처방 곤란… 도파민 작용제 장기 사용에 따른 ‘증상 악화(augmentation)’ 위험도 방치


대한수면연구학회는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 RLS) 치료에서 국제 진료지침이 일차 치료로 강하게 권고하는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이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허가초과 사용) 처방조차 사실상 어려운 제도적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며, 보건당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기준 개선을 촉구했다.

아울러 학회는 뇌 철분 결핍이 핵심 기전인 하지불안증후군에서, 국제 지침이 ‘강한 권고’로 제시하는 정맥 철분 치료가 ‘빈혈이 없다’는 이유로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저 페리틴(Ferritin)’ 환자들이 표준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함께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불안증후군, ‘단순한 다리 불편’이 아닌 만성 수면질환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만히 있을 때 다리에 불쾌한 감각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나타나고,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되며, 저녁이나 밤에 악화되는 수면 관련 운동질환이다. 중등도 이상 환자에서는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불면이 반복되고, 이로 인해 주간 피로, 집중력 저하, 업무 수행능력 저하, 우울감, 삶의 질 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 

국내 유병률이 5.5~8.3%,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중등도 이상 약 3~4%에 달하는 하지불안증후군(RLS)은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중대한 신경계 질환으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진료 수요가 늘고 있다.


국제 진료지침, 도파민 작용제에서 알파-2-델타 리간드로 중심 이동

미국수면의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 AASM)가 2024년 발표하여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2025년 1월호에 게재한 성인 하지불안증후군 임상진료지침은 가바펜틴, 프레가발린, 가바펜틴 에나카르빌을 모두 ‘강한 권고(strong recommendation)’로 제시하였다. 지침은 이들 알파-2-델타 리간드 계열 약제가 증상 중증도와 수면의 질, 삶의 질 개선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를 보인다고 평가하였다.

반면, 과거 일차 치료로 널리 사용되던 프라미펙솔, 로피니롤 등 도파민 작용제는 장기 사용 시 ‘증상 악화(augmentation)’ 위험을 고려하여 일차 치료로 권고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되었다. 이러한 국제적 변화는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의 중심이 도파민 작용제에서 알파-2-델타 리간드 계열 약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상 악화(augmentation)’란 무엇인가

증상 악화는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부작용이다. 이는 단순히 약효가 떨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도파민 작용제를 장기간 사용할 때 치료 전보다 증상이 더 이른 시간에 시작되거나, 더 짧은 안정 상태에서도 증상이 나타나거나, 다리뿐 아니라 팔이나 몸통 등 다른 부위로 증상이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에는 밤에만 나타나던 증상이 오후나 낮 시간으로 앞당겨지고, 강도와 지속 시간이 증가하면서 수면과 일상생활이 더 심하게 손상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파민 작용제 용량을 올리게 되는데, 이는 다시 증상 악화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AASM 지침은 증상 악화가 도파민계 약물 노출 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할 수 있으며, 고용량에서 더 흔하고 공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도파민 작용제 중단 과정에서 심한 반동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이미 장기간 사용 중인 환자에서는 갑작스러운 중단이 아니라 새로운 치료제 추가와 점진적 감량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결국 이러한 안전한 전환을 위해서도 알파-2-델타 리간드 계열 약제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내 제도 공백: 적응증·급여기준 모두 부재

문제는 국내에서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이 하지불안증후군을 적응증(허가사항)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두 약제는 신경병성 통증, 뇌전증 등으로 허가되어 있어, 하지불안증후군에 사용하려면 ‘허가초과(오프라벨) 사용’에 해당한다. 그러나 ①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한 별도의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없고, ②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허가초과 비급여 사용조차 의료기관별 신청·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여 실제 처방이 어렵다. 그 결과 환자는 국제적으로 강하게 권고되는 치료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장기 안전성 측면에서 신중해야 하는 기존 치료(도파민 작용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또 다른 공백: 페리틴이 낮아도 ‘빈혈이 없으면’ 막히는 철분주사제 급여

하지불안증후군은 뇌 철분 결핍이 핵심 발병 기전으로 알려져 있어, 전신 빈혈이 없더라도 철 저장 지표가 낮으면 철분 보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AASM 지침은 모든 환자에서 혈청 페리틴과 트랜스페린 포화도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도록 하고, 페리틴이 75 ng/mL 이하이거나 트랜스페린 포화도가 20% 미만이면 경구 또는 정맥 철분을, 페리틴이 75~100 ng/mL이면 (경구 흡수가 저하되므로) 정맥 철분을 권고한다. 특히 정맥 페릭 카르복시말토스(ferric carboxymaltose)는 ‘강한 권고’로 제시되었다. 하지불안증후군에서 권고되는 목표 페리틴 수치가 일반 인구의 빈혈 기준보다 높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러나, 현행 보건복지부 고시상 정맥용 철분제제(Ferric carboxymaltose 등)의 일반 환자 급여 기준은 ① 혈색소(Hb) 10g/dL 이하이면서 ② 혈청 페리틴 15~30 ng/mL 미만(또는 TSAT 20% 미만)인 '중증 철결핍성 빈혈'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전신적 빈혈이 아닌 ‘중추신경계의 철분 이용 장애’가 핵심 병태생리이므로, 환자들의 혈색소(Hb) 수치는 정상 범위(12~16 g/dL)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현행 기준 하에서는 혈색소 기준(Hb 10 g/dL 이하)이라는 첫 번째 관문조차 통과할 수 없어, 의학적으로 뇌 철분 보충이 가장 시급한 환자들이 급여를 전면 부인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 진료 현장은, [국제 표준 1차 치료인 철분 주사(혈색소 정상으로 급여 삭감)]와 [또 다른 1차 치료인 가바펜틴노이드(급여 기준 부재)]라는 양쪽의 출구가 모두 봉쇄되어 있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장기 복용 환자의 70%에서 증상 악화(Augmentation)를 유발하는 도파민 작용제를 환자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처방해야 하는 기형적 구조에 놓여 있으며, 가바펜틴노이드의 1차 급여화는 이 진료 진공 상태(Medical Vacuum)를 해결할 유일한 정책적 대안이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은 “하지불안증후군은 단순한 다리 불편감이 아니라 만성적인 수면장애와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질환”이라며 “국제 진료지침이 가장 강하게 권고하는 약제가 국내에서는 급여도, 비급여 처방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은 환자 진료의 심각한 제도적 공백”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파민 작용제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 사용 시 증상 악화라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증상 악화가 나타난 환자에서 안전한 대체 치료로 전환할 통로조차 막혀 있는 현실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수면연구학회의 제도 개선 제안

대한수면연구학회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중등도 이상 성인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에서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초과 사용 인정 및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신설해야 한다.

2.도파민 작용제 장기 사용 중 증상 악화가 발생했거나 의심되는 환자에서 프레가발린 또는 가바펜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급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3.하지불안증후군 진료에서 혈청 페리틴, 트랜스페린 포화도 등 철 대사 평가가 필수적이며, 빈혈이 없더라도 페리틴이 낮은 환자에게 정맥 철분 보충요법(페릭 카르복시말토스 등)이 ‘강한 권고’ 치료라는 최신 근거(AASM)를 반영하여, 하지불안증후군 적응에 맞는 철분주사제 급여기준을 ‘빈혈 동반’ 요건과 분리하여 신설·보완해야 한다.

4.고령, 신장질환, 임신 가능성, 수면무호흡 동반 여부 등 환자별 특성을 고려하여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 선택이 가능하도록 국내 진료지침과 보험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을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단순히 약제 선택지를 넓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최신 근거에 기반한 진료를 가능하게 하고, 환자의 수면 건강과 삶의 질을 개선하며, 장기적으로 불필요한 치료 실패와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제도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보건당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신 국제 진료지침과 실제 진료 현장의 필요성을 반영하여,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 급여기준을 조속히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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