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규 기자
- 2026-09-14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지방간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국내 성인 3명 중 1명꼴로 흔하고,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은 일부 환자에서 간에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돼, 간경변‧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김상균 교수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은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면서 동시에 비만,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이상이 동반된 질환이다.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으로 불렸지만, 전신 대사 이상과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최근 새롭게 정의됐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으며, 정상 체중이라도 복부지방이 많거나 혈당‧지질대사 이상이 있다면 안심할 수 없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에는 간에 지방만 쌓인 상태부터 염증과 간세포 손상이 동반된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까지 포함된다. 한번 대사이상 지방간염이 발생하면 점차 간에 흉터가 생기는 간 섬유화가 진행된다. 간 섬유화는 F0~F4로 평가하는데, F1은 초기 섬유화, F2는 의미 있는 섬유화, F3은 진행된 섬유화고, F4가 바로 간경변증이다. F2 이상의 섬유화가 있는 경우 간경변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복부비만,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유전적 요인이다. 특히 비만‧당뇨병이 같이 있는 경우에는 지방간뿐 아니라 간의 염증과 섬유화 진행 위험이 높다.
문제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간에 지방이 많이 쌓여도 아프지 않고 간 기능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일부 환자에서는 피로감이나 전신 불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 지방간을 의심하기는 어렵다.
김상균 교수는 “증상이 없더라도 간 섬유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방간이 발견되면 ‘간의 섬유화 정도’를 평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음파에서 지방간이 확인되고 비만‧당뇨병 등 대사 위험인자가 있다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간 내 섬유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이용한 ‘FIB-4 score’와 간의 탄성도를 확인하는 ‘Fibroscan’ 등 비침습적 검사를 시행한다. 이때 진행된 간 섬유화가 의심되면 간 조직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모든 지방간 환자가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를 판단할 때는 지방의 양보다 ‘섬유화 정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간경변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치료의 기본은 식이 조절과 운동, 체중 관리 등 생활 습관 개선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있다면 체중을 5~10% 줄이는 것만으로도 간의 지방과 염증, 섬유화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다면 함께 치료해야 한다. 염증과 섬유화가 동반된 고위험 환자는 전문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약물치료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방간을 대상으로 승인된 약제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간의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 치료하는 약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2025년 8월 미국 FDA가 대사이상 지방간염과 F2~F3 정도 중등도 이상의 섬유화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Semaglutide(제품명 위고비) 사용을 승인했다. 비만을 치료하면 체중만 줄어드는 것이 아닌, 혈당과 심혈관 위험이 개선되고 동시에 간의 지방과 염증, 일부 환자에서는 섬유화까지 좋아질 수 있다. 간경변으로 진행된 지방간 질환의 새로운 약물치료에 대한 임상도 현재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이제는 지방간과 비만‧당뇨병‧심혈관질환을 ‘하나의 대사질환 스펙트럼’으로 보고 함께 치료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위고비가 모든 지방간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며, 현재 승인 대상도 F2~F3 지방간염이라는 점을 염두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초음파로 간 섬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2D-SWE(Shear-Wave Elastography 횡파탄성영상기법)’를 선도적으로 도입했으며, Fibroscan 등 비침습적 검사를 활용해 간의 지방과 간 섬유화 정도까지 평가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신장내과와의 협진을 통해 혈당,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에 대한 치료와 예후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간으로 진단되면 위험도를 평가해 생활습관 개선, 약물치료, 간경변‧간암의 추적 관찰 필요 환자를 구분해 정밀한 맞춤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김상균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발견됐다고 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며 “검사를 통해 내 간의 섬유화 위험을 확인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체중과 혈당, 혈압 등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질환의 진행을 막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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