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원규 기자
- 2026-09-29
담도암은 암이 되기 전부터 이미 유전자 변화가 시작되고, 수술 후 재발할 때는 암세포 한 개가 아니라 여러 암세포 무리가 함께 다시 자라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 병리과 나희영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 혈액종양내과 강민수 교수, 이주현 연구원)은 담도암이 암이 되기 전 단계부터 재발·전이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진화 경로’를 규명해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 ‘npj Precision Oncology’에 발표했다.
담도암은 담관, 담낭, 바터팽대부 등 담즙이 지나는 길에 생기는 암으로,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발병률이 유난히 높다. 절반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 단계에서 발견돼 생존 기간이 11~15개월에 불과하고, 완치를 목표로 수술을 받아도 약 절반은 재발하는 난치암이다. 그러나 담도암이 어떻게 발생하고 재발, 전이되는지를 전 과정에 걸쳐 유전체 수준에서 추적한 연구는 지금까지 매우 부족했다.
이에 연구팀은 담도암 환자 17명에게서 얻은 ▲정상 조직 ▲전암성 병변(암이 되기 직전 단계) ▲원발암(처음 생긴 암) ▲전이·재발암 등 72개 검체를 전장엑솜시퀀싱(유전체 중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가 담긴 부분을 모두 읽어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분석법)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 무리(클론)들이 어떤 순서로 생겨나고 갈라졌는지 보여주는 가계도를 환자별로 그려, 암이 진화해 온 경로를 거슬러 추적했다.
분석 결과, 전암성 병변에서 이미 TP53, KRAS, SMAD4 등 담도암의 핵심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겉보기엔 아직 암이 아니지만, 유전자 수준에서는 암을 향한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또 전암성 병변 안의 세포 무리 가운데 생존에 유리한 일부만 살아남아 원발암으로 자라났다. 다윈의 자연선택처럼 서로 경쟁하던 세포 무리 가운데 생존과 증식에 유리한 무리가 선택돼 병변을 장악하는 ‘선택적 싹쓸이’ 현상이 관찰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선택적 확장은 전이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원발암의 세포들이 고르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원발암에서는 소수였던 특정 세포 무리가 전이된 곳에서는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장기마다 환경이 다른 만큼, 그곳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한 무리가 각각 선택된 것이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수술로 암을 제거한 뒤 다시 재발한 암에서도, 원발암을 이루던 여러 세포 무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암 재발은 몸 어딘가에 숨어 있던 암세포 하나가 시간이 지나 다시 자라기 때문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원발암 세포 구성이 통째로 남아 있었다는 것은, 여러 세포 무리가 한 덩어리로 함께 빠져나가 자리를 잡는 ‘다클론성’ 방식으로 재발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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